조선학교와 함께하는 몽당연필

[스크랩] [재일동포에 대한 한국의 징병제도]

화진혁 2015. 8. 17. 01:50

- 월간 [이어] 2015년 6월호에 실린 기사를 번역해 옮깁니다. -

 

 

김철민 변호사 (재일동포, 1978년 출생, 도쿄조선제8초급 졸업, 와세다대학법학부 졸업,

                        2002년 사법시험 합격. 2004년 변호사 등록. 도쿄번호사회 외국인의 권리에 대한 위원회 위원장(2014년)

 

 

일본에 살고 있으면 <조선전쟁은 '휴전'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말을 들어도 좀처럼 실감이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조선반도에서 살아보면 어쩔 수없이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현실에 맞닥뜨릴 때가 있습니다.

 

저는 한국의 법률사무소에서 일하기 위해 한동안 서울에서 생활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던 중 천안함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남북간의 강경한 대항조치의 응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에서도 진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긴장감이 더해 갔습니다. 그러다 결국 어지간한 일에는 움직이지 않는 한국변호사들까지 동료인 미국변호사들에게 "전쟁에 관한 정보는, 미군이 미국시민에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하니까"라며 "미군으로부터 무슨 연락이 있으면 나에게도 알려줘"라고 부탁하는 광경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일본에 살면 <군사적 긴장>이라는 한마디로 끝날 일이, 군사경계선이 가까운 곳에서 살아보니 <전쟁>에 대한 현실적인 공포를 느끼게 됨을 알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애당초 이런 사건이 없었어도 한국에 살면 '어떤 제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쟁을 실감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맞습니다, <병역>입니다. 한국에는 병역제도가 있어 남성은 일정 연령이 되면 원칙적으로 군대에 가야하기에 자신과 주위의 누군가 군대에 가는 걸 보면 전쟁을 실감하게 되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 <병역>제도가 재일동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닙니다.

병역의무를 정하고 있는 한국의 <병역법>이,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동포에게도 적용되도록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제로 재일동포를 징병해 군대에 보내는 것은 아직 현실적인 얘기는 아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병역법은 재일동포를 <재외국민 2세>라는 특별한 카테고리로 분류해 <영주귀국>이 아니면 징병유예가 지속되어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 규정 덕분에 재일동포는 징병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정이 바뀌었습니다. 재일동포에게 병역의무를 엄격히 지게 하기위한 법이 개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1994년 1월 1일 이후 출생한 한국국적을 가진 남자는, 본인이 18세이후 통산 3년 이상 한국에 체류하면 이후로는 <재외국민2세>로 인정받지 못하고, 병역의무를 이행해야만 됩니다. 

 

<통산 3년 체류>는 한국 출입국관리소 데이터베이스의 출입국기록과 연동되어 엄격하게 계산·관리되기 때문에 한국으로 여행이나 출장을 거듭하다보면 어느새 3년을 넘겨버려 한국에서 출국을 금지당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재일동포가 이런 제도의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역시 전쟁과 분단을 끝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일동포 변호사로서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해방 70주년이 되는 해에 다시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출처 :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
글쓴이 : 슬픈하늘(정미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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