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함께 꿈꾸는 복지공동체 발췌

사회서비스원의 공공성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화진혁 2023. 9. 30. 14:13

중앙사회서비스원 사이트.

 정부는 공적 돌봄 강화를 목표로 출범한 사회서비스원에 공공성의 색깔을 빼고 민간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쪽으로 운영 지침을 개정했다.   http://www.gjdream.com/news/articleView.html?idxno=633929

 

 ▲사회서비스원 표준운영지침을 개정했다

 최근 발표된 ‘2023년 시·도 사회서비스원 표준운영지침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침을 개정하면서 공공성과 관련된 내용을 제외하면서 민간 지원에 대한 내용을 대폭 늘렸다.

 사회서비스원 사업의 기본 방향에 대해 ‘민간협업을 활성화하고 사회서비스 혁신지원을 강화, 민간 사회서비스 지원 기능 확대’라는 문구를 새로 넣었다. 기존 지침에 있던 ‘사회서비스 공공성 향상을 위해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을 운영하고 서비스 종사자를 직접 고용해 서비스를 제공함’을 뺐고, 대신 ‘(사회)서비스원에서 운영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시설의 무분별한 위탁은 지양한다’는 문구를 넣어 시설 직접 운영 여지를 줄였다. 반면 추진 배경에 ‘민간협력 등 시·도사회서비스원을 포함한 공공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면서 민간 중심 ‘사회서비스 고도화’라는 정부 국정과제를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을 반영했다

 2023년 표준운영지침에 사회서비스원의 공공성을 약화시키고 사회서비스원의 민간협업을 강화한 것은 민간 사업자 간 경쟁과 규모화를 통해 사회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을 반영한 것이다. 종사자 월급제나 정년 규정도 삭제돼 2024년 정부 예산안에 사회서비스원 지원 항목이 전액 삭감된 상황과 맞물려 공적 돌봄이 더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 지침에는 인력 처우 규정도 달라졌다. 그동안 사회서비스원이 종합재가센터를 직접 운영할 땐 ‘모든 종사자를 직접 채용하고 가급적 월급제 채용을 우선’하도록 했지만, 2023년 지침에선 ‘직접 채용(정규직, 비정규직 포함)’이라는 문구만 남았다. 또한, ‘정년을 60세로 하되 근무평가에 따라 퇴직 후 65세까지 재고용 가능’, ‘60세 이상인 종사자도 기간제 계약직으로 신규 채용 가능토록 함’ 등의 표현도 삭제됐다. 이번 지침 개정에는 사회서비스원의 이런 공적 역할을 축소하고 민간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역할이 강조됐다.

 

 ▲사회서비스원법의 목적이 퇴색될 우려가 있다

 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은 “이 법은 사회서비스 지원과 사회서비스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사항 등을 정함으로써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전문성 및 투명성 제고 등 사회서비스를 강화하고, 사회서비스와 사회서비스 관련 일자리의 질을 높여 국민의 복지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2021년에 이 법은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도래, 여성 경제활동 및 맞벌이 가구의 증가 등 사회구조 변화에 따라 아동·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돌봄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였지만, 정부는 부족한 사회서비스 공급 확보를 위해 민간 참여를 확대해 왔으나 서비스 공급기관 간 과도한 경쟁구조로 인해 서비스 질 관리의 어려움, 서비스 제공인력 처우 등의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공공성 강화 등 사회서비스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제정되었다.

 

 ▲사회서비스원의 공적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다

 시·도사회서비스원은 아동이나 노인, 장애인 돌봄 등 사회서비스를 공적인 영역에서 선도한다는 취지에서 설립된 공익법인이다. 시·도지사가 설립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데, 현재 경북을 제외한 16개 광역시·도에 설치돼있다. 사회서비스원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 사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당시 정부는 민간이 제공하던 사회서비스를 공공 부문이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사회서비스원의 설립을 추진했다.

 그동안 사회서비스원은 민간기관에 조언을 통해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직접 사회서비스를 제공해 민간이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종사자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역할이 컸다. 전체 사회복지시설 중 국가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시설은 1.2%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민간이 운영하면서 서비스 질에 대한 비판이 많다. 이 때문에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적인 역할이 더욱 요구되는데, 현 정부는 사회서비스원의 공적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

 

 ▲2024년 시·도사회서비스원 지원예산은 0원이다

 국가가 시·도사회서비스원에 민간 시설 지원 역할을 강조하면서 직접 시설 운영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중앙정부는 2024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사회서비스원 지원 항목을 전액 삭감하였다. 즉, 2023년에 사회서비스원 운영 예산 중 지방자치단체보조금 148억 3400만 원이었던 것을 모두 없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반반씩 부담하던 사회서비스원의 인건비와 운영비를 전액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할 처지다.

 

 ▲돌봄 공공성을 강조하는 시민단체들은 반대했다

 이 법의 제정을 주도한 남인순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과 ‘돌봄 공공성 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는 ‘윤석열 정부 사회서비스원 지우기 정책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기자회견에는 남인순·고영인 국회의원,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한국여성민우회,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사회서비스원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양질의 돌봄을 직접 제공하겠다는 책임의 의지로 사회서비스를 공적인 영역에서 선도한다는 취지에서 설립된 공익법인인데, “2024년 정부 예산안에 시·도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에 더 해, 사회서비스원 운영 지침을 대폭 개정하여,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아동·노인·장애인에 대한 공적 돌봄이 앞으로 더 축소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복지증진에 이바지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간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를 주장해온 시민단체와 학회는 사회서비스원의 ‘공공 책임성 강화’라는 목표가 사실상 폐기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홍영준 비판사회복지학회장은 “감염병 위기 상황 등 사회서비스원을 통한 공공 부문의 직접 사회서비스 가치는 이미 증명이 됐다”며 “민간이 못하는 다양한 사회서비스 모델을 시범적으로 제공해 전체 사회서비스를 견인하자는 사회서비스원 설립 취지와 맞지 않은 운영지침”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회서비스원은 직접 고용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새로운 돌봄 모델을 만들며 민간을 견인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며 “이런 원래의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사회서비스원을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며 무력화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 공공성 강화가 아니라, 민간기관들이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공공성 강화라고 본다”며 “현재 16개 시·도 사회서비스원만으로는 직접 서비스 제공을 통한 공공성 강화가 쉽지 않아 민간을 지원해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는 ‘약자 복지’와 사회서비스의 시장화를 강조하는데, 다수 국민은 ‘국민 복지’와 사회서비스의 공공화를 기대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회서비스원이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전문성·투명성을 높이고, 관련 일자리의 질을 높여 국민의 복지증진에 이바지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중앙사회서비스원 https://www.kcpass.or.kr

이용교 <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 ewelfa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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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교 city@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