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제작소

"지렁이를 키운다고요?!" OT 현장

화진혁 2025. 6. 20. 21:02
1일전

“지렁이를 키운다고요?”

다소 엉뚱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이 질문이 희망제작소에서는 하나의 행동으로 이어졌습니다. 

바로 시민참여형 음식물쓰레기 순환 프로젝트 ‘지렁이 분양’ 프로그램입니다.

 

 

🐛‘음쓰 분해자’ 지렁이와 함께 시작하는 친환경 실천

 

희망제작소는 지난 18일 ‘먹어 줄이는 꿈틀 실험실' 오리엔테이션을 열었습니다. 일과를 마치고 와야 하는 평일 저녁 시간인데도 ‘지렁이’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의 눈빛을 지닌 분들이 속속 도착했습니다.(희망제작소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긴 했지만, 정말 ‘지렁이’를 분양 받으러 오신 분들을 직접 볼 줄이야! 😮)

이번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음식물쓰레기 문제가 왜 심각한지, 지렁이가 왜 중요한지, 지렁이를 통해 어떻게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지 알아보고, 직접 지렁이 집을 만들어 지렁이를 분양받는 순서로 진행됐습니다. 

이날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지난 2021년부터 자발적으로 모여 시작된 소모임 ‘제렁이’(제작소+지렁이) 모임’의 경험담과 소소한 팁을 나눴는데요. 희망제작소에서 직접 키우는 제렁이 토분을 살펴보는가 하면, 지렁이가 집 밖으로 탈출한 이야기, 집게벌레를 잡은 이야기, 지렁이 집의 산성화를 막는 꿀팁까지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들을 전했습니다. 

 

희망제작소가 키우고 있는 '제렁이' 집(제작소+지렁이)

 

🐛 지렁이 만나러 온 참여자들의 한 마디 

 

🙎 “그동안 지렁이가 징그럽다고 생각했는데, 참가자 모집 포스터 속 지렁이가 귀여워서 신청했어요! 실제로 와서 보니 생각보다 귀엽고 교육을 들으니 유용한 것 같아서 활동이 기대됩니다!”

👨 “어릴 적엔 지렁이가 무서워서 비 오는 날에는 기겁하며 지렁이를 피해 도망다녔던 기억이 있어요. 지렁이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이런 기회를 통해 알아갈 수 있어서 감사하고 좋습니다”

👧“얼마 전부터 교외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어서 지렁이에게 관심이 조금씩 있었는데요. 이 동네에서 산 지 오래되었는데도 성산동에 이런 데(희망제작소)가 있는 지도 몰랐는데, 관심이 있어서 그런 지 어느 날 이 앞을 지나는데 현수막에 딱 ‘지렁이’라는 글씨가 보이더라고요. 내용을 읽어보니 마침 제가 딱 궁금하고 필요로 하던 내용이라서 바로 신청했습니다”

👦“초등학생 때 지렁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어요. 그 이후로는 잊고 지냈는데, 이번 활동을 계기로 어릴 때처럼 지렁이를 키우면서 환경보호에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신청했습니다”

💁“평소에도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올 때마다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고, 이걸 그냥 쓰레기 봉지 말고 더 잘 버릴 수는 없나? 하는 생각을 자주 했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마침 제렁이 프로젝트 홍보물을 봤는데 한국이 배출하는 음쓰량이 세계 평균 보다 많다는 거에요. 그리고 이걸 개인이 일상적으로도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지렁이라고 하길래, 그동안의 관심사나 고민을 정확히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신청하게 되었어요”

👩“저는 원래도 지렁이 키우기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그동안 혼자서 조금씩 하다 말다 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같이 정보를 쌓고 팁도 나누고 문제도 해결하고 싶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참여자들이 지렁이 집에 흙을 직접 담아가고 있다.

 

🐛  지렁이를 통한 음식물쓰레기 감량, 가능한가요?

 

참여자들은 지렁이 OT가 끝난 뒤 직접 지렁이집을 만들고, 꾸미고, 지렁이 분양을 받았습니다.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집에서 쓰지 않는 김장통을 가져온 분들, 현장에서 직접 음식물 쓰레기를 지렁이에게 주고 싶어서 ‘과일 음쓰’를 챙겨오신 분까지 지렁이에 대한 열의가 대단했습니다. 

“희망제작소에서 제렁이가 처리한 음식물쓰레기가 연간 10kg 정도 됩니다”

‘반려 지렁이’, ‘음쓰 분해자’ 그 어딘가에서 꿈틀거리는 제렁이와 함께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해온 희망제작소 연구원의 한 마디입니다. 지렁이는 음식물쓰레기를 분해하며 친환경 퇴비를 만드는 자연의 분해자입니다. 희망제작소는 이 가능성에 주목해 지렁이 분양 프로그램을 열었는데요. 앞으로 펼쳐질 작은 실천이 만드는 변화의 순간들이 기대됩니다. 

 

지렁이 집에 흙을 담고, 지렁이를 분양받은 집에 예쁘게 스티커로 꾸몄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지렁이를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참여자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지렁이 상태를 확인하고, 정보를 나누며 변화의 순간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모임(네이버 밴드)을 이어갑니다. 커뮤니티를 통해 지렁이를 혼자 키우는 데 대한 부담도 덜고, 자신만의 노하우도 나눌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각자 서 있는 자리에서 얼마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지도 꼼꼼히 함께 기록해나갈 예정입니다. 

실제로 지렁이를 키우는 일은 손이 많이 가지는 않지만, 우리 일상에서 버려지던 음식물쓰레기를 다시 ‘순환’의 흐름으로 되돌리는 실천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앞으로도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나갈 예정입니다. 지렁이 키우는 커뮤니티 소식도 전하겠습니다.



'먹어 줄이는 꿈틀 실험실' 오리엔테이션 참여자들 ☺


 

혹시 지렁이에 관심이 생기셨나요. 

지렁이와 함께하는 환경 실천, 여러분도 한 번 도전해보지 않으시겠어요?

 

💡 지렁이 키우기, 이렇게 해요!

  • 항상 축축한 흙 유지하기(온도와 습도 조절하기)
  • 소량의 음식물 처리하기
  • 채소, 과일 껍질 위주 / 고기·유제품은 자제
  • 음식물쓰레기의 물기를 꼭 짜서 주기
  • 직사광선 피하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
  • 과한 욕심은 금물, 느긋하게 과정을 즐겨요

 

 

🔉 이 활동은 숲과나눔의 2025 풀씨 사업이 지원합니다.

 

글: 방연주 시민연결팀 연구위원, 이규리 시민연결팀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