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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학교와 함께하는 몽당연필

[스크랩] 「소년의 나라(少年の國)」-제17화

 




17화 조선전쟁


제3장 전쟁이 시작됐다

 

    앞서 말했듯이 조선반도에는 북부를 지배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남부의 대한민국이 수립되어 있었다. 두 정부는 소련과 미국의 원조 아래 군비증강이 착착 진행되어 갔다. 1948년 말에는 소련군이 철퇴하고, 이듬해 6월에는 미군도 철퇴했다. 남북의 대립은 격화되었고 한국에서는 빨치산 활동도 활발해졌다.

 

결국 1950625, 조선인민군은 선전포고 없이 38도선을 넘어 대대적인 공격을 개시하여 조선전쟁이 시작되었다. 조선인민군의 전의는 왕성했고, 개전 3일 만에 서울이 점령당하고 만다. 10만 명의 상륙부대가 가세해 동해안으로 게릴라 부대를 상륙시켜 한국군의 분단을 노렸다. 진격은 계속 이어져 7월말에는 부산 가까이까지 다다랐다. 어쩔 수없이 한국은 부산으로 수도를 옮겨야 할 정도로 수세에 몰렸다.

 

조선인민군은 소련군에게 대여 받은 T34라는 최신식 군차가 중핵이었는데, 한국군에는 대전차 장비가 없어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 후 미국은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조선의 잘못을 호소하고 침략자로 비난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북조선을 옹호하는 입장에 있던 소련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인증 문제에 항의해 채택 거부를 선언한 이사회 만장일치의 채택이었다.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이 결성되었는데, UN헌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어 엄밀하게는 <다국적군>이라 해야 할 존재였다. 다국적군이 투입된 신속한 반격에도 북조선의 진격을 멈추게 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았으나, 9월이 되어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 이후 서서히 진격을 시작해 전황은 교착상태가 되어 갔다.

 

내가 6.25전쟁이 시작된 것을 안 것은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대화를 듣고 나서였다.

 

들었어? 북조선군이 별안간 쳐들어 왔대!”

 

무슨 일인지,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모두들 허둥대는 모습에 큰일이 일어난 거라 생각해 황급히 집으로 돌아갔다.

 

할매, 큰일 났어요, 북에서 쳐들어 왔어요!”

 

그 자리에는 안쪽 방에서 심각하게 라디오를 듣고 있는 만수 삼촌이 있었다.

 

삼촌, 큰일 났어! 북이!”

 

삼촌은 하고 입에 손가락을 대며 굳은 표정으로 라디오 방송에 귀를 기울이며 이따금 혀를 찼다.

 

이윽고 삼촌은 나를 쳐다보며,

 

같은 민족인데, 어리석은 전쟁을 시작해 버렸다.”

 

원통해 하는 듯 혼잣말을 하더니 또다시 라디오에 귀를 기울여 뉴스를 들었다.

이랬던 만수 삼촌도 이내 징병되어 훈련시설로 보내지게 되었다. 떠나는 날 아침, 준비를 마친 삼촌은 두 손 모아 공손히 할매에게 절을 했다.

 

만수야, 꼭 살아서 돌아와야 한다.”

 

할매는 삼촌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거듭 당부했다.

 

걱정 마세요, 전 아직 군인이 되어본 경험도 없으니 훈련소에 가는 것뿐이에요. 듣기로는 반년 동안은 훈련을 하는 것 같으니까 안심하세요.”

 

삼촌은 할매의 어깨를 쓰다듬은 후 이번에는 나를 보고,

 

해수야, 내게 줄 좋은 물건이 있단다.”

 

이렇게 말하고 커다란 공을 꺼냈다.

 

우와! 삼촌, 그건.”

어때, 좋지? 삼촌이 만든 새 축구공이다.”

멋지다!”

 

나는 공을 받아들고 문득 고개를 갸웃했다.

 

삼촌, 이 공은?”

소불알로 만든 거야. 전에 쓰던 지푸라기 공하곤 다르게 잘 튈 거다.”

 

나는 소불알로 만든 공을 땅에 튕겨 보았다. 조금 찌그러지긴 했지만, 공이 통통 튀어 내 손으로 들어왔다.

 

굉장하다, 정말 잘 튀네.”

그걸로 용대랑 친구들과 같이 놀아라.”

, 고맙습니다!”

해수야

 

삼촌은 물끄러미 나를 보며,

삼촌이 없는 동안 네가 이 집의 주인이다! 할매를 잘 보살펴드려야 해!”

 

삼촌은 내 어깨를 힘껏 두드렸다.

 

부탁한다, 해수야. 삼촌이 꼭 돌아올 테니까.”

 

만수삼촌은 이 말을 남기고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삼촌처럼 군대에 갈 채비를 마친 맞은편에 사는 삼촌의 친구가 쓰러져 울고 있는 어머니와의 이별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삼촌 친구의 어머니는 아들의 손을 양 손으로 꼬옥 쥐며 살아서 돌아와야 한다, 꼭 돌아와야 해하며 연달아당부했다.

 

이윽고 만수삼촌은 삼촌의 친구와 둘이서 아침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 후에도 할매는 삼촌 친구의 어머니와 함께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삼촌이 징병을 떠나고 남은 건 할매와 나뿐이었다. 돌이켜보면 그 후에는 정말로 쓸쓸한 나날이었다. 아버지가 일본으로 돌아간 뒤 삼촌은 기둥 같은 존재였고, 내게는 아버지보다 훨씬 더 친근함을 느끼게 하는 존재였다. 나라를 위한다고는 하나 그런 삼촌을 잃는 것은 할매와 나에게는 큰 타격이었다.


*제18화로 이어집니다


출처 :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
글쓴이 : 정미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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